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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 치는 개들 / 김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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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05회 작성일 19-04-25 09:36

본문

포커 치는 개들

 

   김상미

 

 

   남자다운 척남자다운 척남자다운 척 있는 대로 폼 잡다 어른이 된 남자와 여자다운 척여자다운 척여자다운 척 있는 대로 내숭떨다 어른이 된 여자가결혼한 지 15년 만에 큰 집을 장만했다며 우리를 초대했다근사한 정원인 척하는 잔디밭과 몇 그루 꽃나무를 지나 실내로 들어서니우아하고 세련된 척하는 가구들과 전문가 뺨치는 오디오 시설에 영상 기기들까지 척척 설치해 놓고자랑스레 우리를 반기며 아주 행복한 척에로틱한 척 은밀한 침실까지 슬쩍 보여주었다우리는 부러운 척탐나는 척 어머어머감탄사를 남발하며 아주 모던하고 담백한 척 건강미를 뽐내는 식탁에 둘러앉아 맛있는 척즐거운 척황송한 척 밥과 차를 마시고제각기 준비해 간 선물 보따리를 풀며 마치 그들의 행복이 곧 우리의 행복인 척 환하게환하게 웃으며거실 한가운데 턱하니 걸려 있는 C. M.쿨리지의 그림포커 치는 개들을 바라보았다어머머저 개들 좀 봐개들인 주제에 인간인 척 열심히 포커 게임 중이네기분 묘하게도 우리처럼 딱 일곱 마리네하기는 요즘엔 인간이나 개나 크게 다를 바 없는 세상이니 개가 인간인 척한다고 놀랄 일도 아니지우리도 저들처럼 신나게 포커나 한 판 칠까그러고선 쪼르르 카드를 가지러 가는 주인 부부하긴 오늘 우리가 척척하며 그들에게 흔들어 댄 꼬리만 해도 얼마냐졸지에 인간 아닌 척 신나게 포커 치는 개가 된다 한들

 

-계간 시현실》 2019년 봄호 



 

kimsangmi-siwapyohyun.jpg

 

1957년 부산 출생

1990작가세계 등단

시집으로 모자는 인간을 만든다』 『검은, 소나기떼 』 『잡히지 않는 나비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한 당신

산문집 아버지, 당신도 어머니가 그립습니까

2003년 박인환 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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