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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수집가 / 이용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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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60회 작성일 18-11-22 10:11

본문

풍경수집가

 

이용임

 

 돈이 궁하다면 나를 찾아오게

흔한 기억들이야 누구든 있는 법이지

아프지 않아, 기억은 얇으니까

눈만 크게 뜨고 있다면 이 은수저로 금방 떠낼 수 있어

 

죽은 자의 풍경이 가장 비싸다네

부모라도 죽었는가, 도적질한 유골이 있거나

저런, 애도를 표하지, 무슨 말인가,

이 일을 오래 하다 보면 묘지 담장 근처에만 가도

절로 모자를 벗게 된다네

 

뼈에 달라붙은 이름을 긁어내는 일이

가장 어렵고 오래 걸리지

이름은 금방 뿌리를 내리거든

피골이 상접할수록 뿌리가 깊어서

상하지 않게 들어내기가 좀처럼 어려워

손발톱을 부러뜨리고 기어이 떼어냈을 때

가끔 유골이 기이한 울음소리를 내기도 하지

은수저가 파르르 떨 만큼 말일세

천 년 넘게 풍경만 담아온 이 은수저도

죽은 자의 비명에는 눈물을 흘리지

 

눈구멍이 퀭할수록 컴컴하고 깊다네

죽은 자의 마지막 풍경 말이야

심장이 멎고 피가 굳고 살갗이 차가워지는 순간

눈동자 속에 떠오른 한 장의 세계

전 생애를 달려 마지막에 움켜쥔 순간

그걸 악마들은 영혼이라고 부르고

늙은 무덤이 대기 속에 가만히 풀어놓으면

요정이 되는 거라네

요정이 노래를 부르면

인간들이 눈물을 흘리는 까닭이지

 

기억이 오래 익어야 풍경이 되지

여기까지 오는 동안 자네,

몇 겹의 기억을 통과한 건가.

누구의 꿈을 건너온 건가.

 

살아있는 기억은 푼돈밖에 못 쳐줘

미안하네, 그래도 기억을 팔아

죽과 감자를 얻는 게 어딘가

어딘가 허술하고 무언가 어두워도

식솔들이 둘러앉은 밥상이 중하지.

팔아치울 무덤도 없다니 유감이네.

아프지 않아, 기억은 자주 희박하니

자 눈을 크게 뜨게

 

 

common11.jpg


 

1976년 경남 마산 출생
숙명여대 전산학과 및 동대학원 석사과정 졸업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예창작전문가과정 수료
200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시집 『안개주의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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