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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의 노래 / 박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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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532회 작성일 15-11-16 10:28

본문

의 노래

 

박연준

 

 

노래하는 뱀들이 구불구불 전진하는 새벽

 

시집을 읽다 전갈, 자전거, 고욤나무, 북쪽 여자에 걸려

뱀들을 한꺼번에 놓쳤다

30센티미터 가량, 어여쁜 내 뱀들

사방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것 같았지

 

뱀들은 전갈을 피해

자전거 바퀴를 넘어

고욤나무 위에서 북쪽 여자를 보았지

보다가 그만 활짝,

피어버렸다

 

뱀아, 뱀아,

일어서 볼래?

길게 엎드려 새벽을 밀지만 말고

뚜벅뚜벅 걸어와 볼래?

직립한 네 중심을 내 두 손에 주고

껍데기로 휘적휘적 걸어와 볼래?

 

네 꼬리를 내 눈 속에 넣으면

가벼이, 아주 가벼이

빛을 가질까

 

 

 

1980년 서울 출생
2004년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졸업
2004년 ≪중앙신인문학상≫ 시부문 당선
시집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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