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뼈를 얻다 / 문동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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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비뼈를 얻다
문동만
자전거를 타고 핸들을 꺾다 하늘로 떠버린 적이 있었습니다. 유리창에 부딪힌 새처럼 바닥에 널브러졌고 집으로 가는 길은 아득해졌습니다. 사위도 정신도 어두워지고 어렴풋이 누군가들이 재잘거리는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측백나무와 은사시 울타리, 장 보러 가다 말고, 버스를 타러 가다 말고, 약 사러 가다 말고, 가다 말고, 말고 라는 발걸음이, 멈춰 선 발걸음들이 멈추려는 숨을 살렸듯,
그들이 차를 한편으로 통행시키며 구급차를 불러주고 말을 시키며 연고를 물어주던, 소란하되 나지막한 숨결들이었습니다. 안부를 물어주던 핏줄들이 물 같은 피가 됐으므로, 나는 나를 물어주는 말들이 그리웠을 겁니다. 생각나지도 않는 그녀들이 누구였을까요.
누이였을까요, 엄마였고 동창이었을까요, 식당에서 밥 주는 이모였고 요구르트 팔던 바쁘디 바쁜 이브들이었을까요. 그들이 한 끼니 저녁밥을 충분히 먹을 시간만큼, 금이 간 내 갈비뼈를 지켜주고 있었습니다.
차가우나 서럽지 않은 바닥에 누워 생각해보니, 아담의 갈비뼈를 추려 여자를 만들었다는 말은 금이 가버린 가설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어느 새 달려 온 나보다 한참 작은 여자의 부축을 받으며 구급차를 타며, 아늑한 추락의 피안 속으로 스며들던, 사이렌 소리도 음악이었던 갈비뼈 얻던 저녁이었습니다.
―문동만 시집, 『설운 일 덜 생각하고』 (아시아, 2022)

1969년 충남 보령 출생
1994년 계간 《삶 사회 그리고 문학》을 통해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나는 작은 행복도 두렵다』 『그네』 『구르는 잠』『설운 일 덜 생각하고』
산문집 『가만히 두는 아름다움』 등
제1회 박영근 작품상, 제19회 이육사 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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