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집 / 박승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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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집
박승류
그는 헬스장에 가고 그는 병원에 간다
그는 몸에 근육을 새기는 중이고 그는 몸의 지방을 제거하는 중이다
그는 조직을 만드는 중이고 그는 집단을 해체하는 중이다
그는 확대 지향적이고 그는 축소 지향적이다
그에게는 가로무늬근조직 민무늬근조직 심근조직 등이 있다
뼈를 대상으로 관절을 움직이는 횡문근은 그가 믿고 싶은 행동대장이고
내장 벽을 형성하는 평활근은 심복인 근위무사이다
이들을 바탕으로 그는 끊임없이 무리의 평정을 도모한다
그의 조직은 중심이 아닌 변두리, 주로 지방조직이다
포화지방, 불포화지방, 트랜스지방·······
지방조직의 하나인 인지질은 세포막의 중요한 구성성분으로 활용되어
중심의 체온 유지에 지대한 역할을 하지만, 지방은 역시 지방
“중심이 되지 못하면 퇴출된다, 도태되느니 자폭한다”
그의 생각이다
그는 늘 영역 확장을 꿈꾸고, 그는 늘 중앙무대를 꿈꾸지만
그들의 서식지는 동일하다
계係, 파派, 사단師團의 보스가 되려는 욕망 또한 다르지 않다
- 박승류 시집『맷집』(움, 2013)에서
경북 안동 출생
2007년《우리시》로 등단
시집으로 『맷집』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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