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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의 표정 / 이해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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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938회 작성일 18-02-02 14:16

본문

 

깥의 표정

 

   이해존

 

 

얼굴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표정은 표정 속에서 엷어지고

가면을 갖지 못한 두 눈이 붉어진다

 

가면을 가면으로 마주해야 하는 세상

눈동자가 어둠 속을 떠다닌다

숨기고 싶어 또 하나의 얼굴을 만들고

들킬까봐 하나뿐인 얼굴을 가린다

 

어깨 위로 떨어질 것 같은 커다란 얼굴

불안한 노래가 뜨거운 입김으로 공명한다

 

새장 속의 노래를 놓아주기 위해

절망에게 열쇠를 맡긴다

 

아일랜드 숲속처럼 외롭고 바깥은

커다란 가면 같은 절벽이어서

우리는 숲을 두고 떠나지 않는다

 

낯선 가죽이 살갗으로 번지는 시간

세상과 마주한 야생이 달려들거나 도망친다

아일랜드 숲속에서

노래는 점점 야생의 울음을 닮아간다

 

무표정으로 가장한 얼굴 속에서

노래가 수많은 표정을 짓는다

 

 

- 이해존 시집 당신에게 건넨 말이 소문이 되어 돌아왔다(실천문학사, 2017)에서

 


 

이해.jpg


1970년 충청남도 공주 출생

2013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시집 당신에게 건넨 말이 소문이 되어 돌아왔다(실천문학사,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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