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금바다를 지나며 / 이은봉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작금 바다를 지나며
이은봉
성두를 거쳐 어느새 작금바다에 이른다
느닷없이 자동차가 스스로 발을 멈춘다
시동이 꺼진 것인가 감히 묻지 못한다
자동차도 동네 개들처럼 영역표시를 하는가
잠깐 사이 이곳 풍경이 먼 과거를 꺼낸다
오래전 이곳에 자동차를 세운 뒤
젊은 아내와 사진을 찍은 적 있다
구멍가게에 들러 과자와 물을 산 적이 있다
무슨 말을 한들 시간을 붙잡을 수 있을까
작금바다 저쪽 물 빠진 갯바위에 올라
늙은 아내와 고동을 줍고 오분자기를 딴다
짭조름한 바닷바람이나 실컷 쏘인다
그런 다음 함께 이르러야 할 곳은 신기다
신기까지 가는 길에는 ‘바람의 집’이 있다
‘바람의 집’엔들 어찌 추억이 없으랴
어느새 추억을 떠올리는 나이가 되었다니!
- 《시산맥》 2017년 겨울호에서
|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