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에 대하여 / 서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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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에 대하여
서안나
주먹을 쥐면
어떤 다짐을 하게 된다
주먹을 펴면
붙잡을 수 없는 결의만 남는다
보라는 주먹을 펼친 색
본드를 부는 창백한 아이처럼
별이 빠져나간 젖은 얼굴에
불을 붙이는
슬픔은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을 것이다
슬플 때 당신은 당신에게 가장 가깝다
보라는
영혼이 스쳐 지나간 색
보라라고 쓰면
흐를 유자 같은 울음소리 들린다
어떤 영혼은 보라에서 펼쳐진다
보라는
깊은 저녁을 찢고 나오는
녹슨 눈
입술을 스스로 지우는
이교도의 피처럼
고요한
보라와 보라 사이
1965년 제주 출생
1990년《문학과 비평》으로 등단
시집 『푸른 수첩을 찢다』『플롯 속의 그녀들』』『립스틱 발달사』
동시집 『엄마는 외계인』
평론집『현대시와 속도의 사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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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童心初박찬일님의 댓글

죽비소리 들리는 시.
감사히 읽었습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