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 / 김경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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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
김경후
입술은 온몸의 피가 몰린 절벽일 뿐
백만 겹 주름진 절벽일 뿐
그러나 나의 입술은 지느러미
네게 가는 말들로 백만 겹 주름진 지느러미
네게 닿고 싶다고
네게만 닿고 싶다고 이야기하지
내가 나의 입술만을 사랑하는 동안
노을 끝자락
강바닥에 끌리는 소리
네가 아니라
네게 가는 나의 말들만 사랑하는 동안
네게 닿지 못한 말들 어둠속으로 사라지는 소리
검은 수의 갈아입는
노을의 검은 숨소리
피가 말이 될 수 없을 때
입술은 온몸의 피가 몰린 절벽일 뿐
백만 겹 주름진 절벽일 뿐

서울 출생
199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그날 말이 돌아오지 않는다』『 열두 겹의 자정』
『오르간, 파이프, 선인장』.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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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童心初박찬일님의 댓글

입술의 존재와 의미.
순망치한이라 했는데...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
감사히 새기고 갑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