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그대로 흘렀으면 좋겠네 / 배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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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그대로 흘렀으면 좋겠네
배창환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이 만든 노래를
앞산 달비골 개울물과 개구리와 도마뱀과 구절초와
상수리나무 숲 황달거미를 지키려는 아이들이 노래하네
그냥 그대로 흘렀으면 좋겠네,
그냥 그대로 흘렀으면 좋겠네
골짝물 시냇물, 모여서 강물이 노래처럼 정말로
그냥 그대로 흘렀으면 좋겠네
사람 갈 길 따로 있고 물 흐를 길 따로 있어
사람도 물도 그냥 그대로 흘렀으면 좋겠네
그리하여 사람 길 물 길 어느 길에서 만나
더 깊고 먼 바다로 출렁출렁 흘렀으면 좋겠네
터널 뚫어 지하수 막고 마을 샘물 골짝물 마르게 하고
고운 산맥 혈맥 잘라 흐르는 물 가두어 유람선 띄우고
돈 되는 일이라면 못하는 일 없는 세상이 되어 버렸지만
돈 되는 일이라도 못하는 일 있는 세상이면 좋겠네
그 누구도 안 하는 일 있는 그런 세상이면 좋겠네
그냥 그대로 흘렀으면 좋겠네
산과 골짝, 시내와 강을 닮아가는 아이들이
이런 슬픈 노래 안 해도 좋은 그런 세상이면 좋겠네
그냥 마구 뒹굴고 웃고 뛰노는 세상이면 좋겠네

1955년 경북 성주 출생
1981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잠든 그대』 『다시 사랑하는 제자에게』
『백두산 놀러 가자』 『흔들림에 대한 작은 생각』
『겨울 가야산』 『소례리 길』
시선집 『서문시장 돼지고기 선술집』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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