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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정의 형식 / 양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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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604회 작성일 17-06-27 10:56

본문

압정의 형식

 

양아정

 

 

깊게 발을 넣을 수도 뺄 수도 없다

 

너의 수액을 빨아드린 벽의 심장이

빨간 신호를 기다리며 서 있다

 

너는 납작 엎드리겠다는 표정으로 밀고 들어오지만

벽은 코웃음을 친다

 

더는 쓸쓸해지지 않으려고

흉기처럼 햇빛을 고정해 보지만

누군가와 함께 사는 일은

물구나무서기다

 

짧은 만남, 쉬운 이별이 전제되어야 한다

 

너의 물기 없는 목소리로

한꺼번에 사랑을 하는

즉석 만남

 

너는 못의 권리처럼 박혀있고

벽은 흠집을 메우고 있고

 

- 양아정 시집 푸줏간집 여자(황금알, 2014)

 

 


yaj.jpg

1966년 부산 출생

2005시와 사상으로 등단

시집 푸줏간집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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