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구름 / 박서영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좋은 구름 / 박서영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652회 작성일 15-08-20 11:22

본문

좋은 구름

 

 박서영

 

 

   좋은 구름이 있다고 했다. 사진작가들은 그런 걸 찾아 떠난다고 했다. 빈 들에 나가 여자를 불렀다. 사랑스러운 여자는 화장하고 옷 차려입느라 늦게 나갔다. 사진작가는 버럭버럭 화를 냈다. 좋은 구름이 떠나버려서, 좋은 구름이 빈 들과 여자를 남겨두고 떠나버려서.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았고 여자는 오래 빈 들에 서서 보았다. 사자와 치타. 새와 꽃. 눈물과 얼룩. 구름 속에서 자꾸 구름 아닌 것들이 쏟아졌다. 남자는 화가 나서 떠나갔다. 한 프레임 속에 좋은 구름과 빈 들과 여자를 넣지 못해서.

 

   좋은 노을이 있다고 했다. 사진작가들은 그런 걸 찾아 뛰쳐나간다고 했다. 다리 위에 서서 여자를 불렀다. 여자는 또 노을이 떠나버릴까 봐 화장도 하지 않고 서둘렀다. 여자가 헐레벌떡 뛰어 노을 앞에 서자 사진작가는 또다시 화를 내며 떠나갔다. 좋은 노을이 떠나버려서, 좋은 노을이 강물과 여자를 남겨두고 떠나버려서. 땀에 흠뻑 젖은 여자는 다리 위에 서서 보았다. 사과밭 위로 기러기가 날아갔다. 몇 발의 총성이 울렸다. 붉은 구름이 흩어지고 기러기가 울었다. 노을 속에서 자꾸 노을 아닌 것들이 쏟아졌다. 이별의 순간에도 저런 멋진 장면이 연출되다니. 집에서는 혼자 두고 온 아이가 울고 있을 텐데.

 

   여자는 바뀐 장면들을 떠올렸다. 언제나 뛰어오느라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구름과 노을 사이의 핏자국. 후드득 새의 깃털들. 여자는 총성이 자욱한 빈 들판에 서 있었다. 여기저기 기러기들이 떨어지는 소리 들렸다. 빛이 쉬지 않고 풍경을 찍어댔다. 하늘의 뱃가죽에서 구름이 퍽퍽 떨어졌다. 구름과 노을과 여자의 심장이 한 프레임 속에 찍혔다. 천국의 아편 같은 구름이 빈 들에 내려왔다. 남자가 떠나자 비로소 좋은 구름이 여자의 혀 밑을 파고들었다. 키스는 얼굴의 불안을 심장으로 옮긴다. 이렇게 멋진 배신의 순간, 집에 두고 온 아이가 생각나다니!

 

 

 

68년 경남 고성 출생
95년 《 현대시학》등단
시집 『붉은 태양이 거미를 문다』『좋은 구름』

추천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3,197건 5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299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15 1 08-20
열람중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53 1 08-20
299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36 1 08-21
299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89 1 08-21
299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88 1 08-24
299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84 1 08-24
299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31 1 08-26
299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54 1 08-26
298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53 1 08-27
298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81 1 08-27
298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82 1 08-28
298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14 1 08-28
298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99 1 08-31
298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80 1 08-31
298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90 1 09-01
298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52 1 09-01
298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42 1 09-02
298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65 1 09-02
297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98 1 09-03
297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79 1 09-03
297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32 1 09-04
297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36 1 09-04
297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98 1 09-07
297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21 1 09-07
297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62 1 09-08
297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24 1 09-09
297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83 1 09-09
297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47 1 09-10
296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32 1 09-10
296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82 1 09-11
296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22 1 09-14
296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91 1 09-14
296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73 1 09-15
296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60 1 09-16
296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33 1 09-16
296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87 1 09-17
296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98 1 09-18
296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69 1 09-21
295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0 1 10-14
295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09 1 10-07
295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6 1 05-21
295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07 1 10-19
295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32 1 12-01
295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98 1 01-04
295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94 1 04-11
295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56 1 04-21
295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34 1 06-24
295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8 1 10-18
294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68 1 09-29
294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08 1 09-30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