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곡사를 가다 / 황시은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연곡사를 가다 / 황시은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666회 작성일 17-01-09 09:23

본문

연곡사를 가다

 

황시은

 

 

숲이 뒤척거리자 사내의 척추가 드러났다

밤사이 다녀간 그녀의 체액으로 흥건하다

아직도 컴컴한 구멍속이 궁금하다며 바람은 혀를 날름거린다

루주 바른 입술마다 균열이 심하다

나도 한때 저렇게 미친 듯이 누군가를 원했다

결국 포유류의 유즙만을 꾸역꾸역 밀어 넣었을 뿐인데

살아있는 것들의 심장이 거울 대신 카메라를 원한다

연곡사는 해가 떠오를 때까지 불을 켜 두었다

귀여운 연못은 사춘기 소녀의 유방처럼 앙증맞다

소녀는 늙지 않았다

연잎 우산을 쓴 채 진흙 팩으로 온몸을 감싸고 누웠다

날이 흐려서 그림자가 밟히지 않아 다행이다

붉은 파편마다 내건 공기의 소리가 낯설다

숨이 막혀버릴 감정을 배우지 못한 학습법이 실수였다

사라지고 없는 소문이 새어나오지 못하도록

공기는 제 할일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척추에서 난도질되어 튀어나온 파편들은 구름을 이룬다

초록은 빨강이다

가위로 오려 만든 종이인형 같은 소녀는 만들어지고 있다

빠르게, 더 빠르게, 떨리고 있다

나는 지구의 회전을 믿지 않지만 여기 오게 된 약속은 하나였다

사내의 드러난 척추마다 혈선이 붉다, 풍성하다

빠르게, 더 빠르게 떨리고 있다

대적광전 비로자나불 서럽게 울고 계셨다는 나의 증언을 믿는 사람은 아직 없다

 

* 연곡사 : 전라남도 구례군 지리산에 자리한 대한불교조계종 사찰이며, 단풍이 유난히 맑고 붉은 곳이기도 하다.

 

- 시집 예쁜 예감중에서

 


20150320_01010126000002_01L.jpg

경남 함안 출생

2007시선등단

시집난 봄이면 입덧을 한다』『예쁜 예감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3,203건 50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753
인생 / 정숙 댓글+ 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79 0 02-23
75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70 0 02-22
75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36 0 02-22
75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78 0 02-21
74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12 0 02-21
74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22 0 02-20
74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35 0 02-20
74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49 0 02-17
74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86 0 02-17
74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45 0 02-16
74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96 0 02-16
74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82 0 02-15
74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61 0 02-15
74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28 0 02-14
73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00 0 02-13
73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09 0 02-13
73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65 0 02-10
73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75 0 02-10
73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38 0 02-09
73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33 0 02-09
73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63 0 02-08
73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20 0 02-08
73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53 0 02-07
73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98 0 02-07
72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01 0 02-06
72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54 0 02-06
72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88 0 02-03
72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02 0 02-03
72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71 0 02-02
72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10 0 02-02
72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60 0 02-01
72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44 0 02-01
72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99 0 01-31
72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56 0 01-31
71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36 0 01-26
71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32 0 01-26
71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65 0 01-25
71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73 0 01-25
71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46 0 01-24
71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98 0 01-24
71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97 0 01-23
71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79 0 01-23
71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41 0 01-20
71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30 0 01-20
70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14 0 01-19
70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63 0 01-19
70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12 0 01-18
70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91 1 01-18
70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25 0 01-17
70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52 0 01-17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