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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나무 / 주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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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853회 작성일 17-05-11 11:09

본문

춤추는 나무

 

주영헌

 

 

나는 나무

흔들리는 것이 유일한 소일거리인

직립을 하였으므로

팔을 벌려 작은 그늘 만들 수 있는 나는 나무

 

당신 앞에선 흔들리는 것이 전부인

나는 춤추는 나무

당신이 나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아도

잎사귀 하나 없는 나신의 몸으로도 부끄럼 없이

진심으로 흔들린다

 

나의 전생은 누구보다 무성했으리라

당신의 고개가 밤의 뒤척임 쪽으로 떨어질 때

나는 손을 벌려 넓은 그늘을 만들고

바람의 낮은 음률을 빌려

당신의 잠을 위하여 나지막이 흥얼거렸겠지

그때도 나는 바람의 음률에 맞춰

몸을 흔들며 춤을 추었을지도 모른다

 

오늘도 당신은 내 옆을 스쳐갔다

당신의 시선이 나에게 머무르지 않아도

사랑한 지 오래 되었으므로

춤을 춘다

 

당신을 위해 춤추고 싶은 나는

당신의 나무

 

-주영헌 시집 아이의 손톱을 깎아 줄 때가 되었다(시인동네, 2016)

 

 

jooyounghun.jpg

1973년 충북 보은 출생

명지대 문화예술대학원 문창과 졸업

2009시인동네로 등단

시집 아이의 손톱을 깎아 줄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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