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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퍼의 구조 / 김지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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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963회 작성일 17-01-13 10:18

본문

의 구조

김지녀

 

뜨거운 계단들이 열리고 있다

나의 목까지 밀고 들어오는 진흙처럼

계단은 가장 깊은 곳까지 나를 잡아당겨 놓았다

나는 한쪽으로 크게 치우쳐 있다

생각하는 자세로 오해받기 적당하다

그러나 지금 나에겐 어떠한 생각도 자세도 없다

움직일수록 계단들은 더 깊게 열린다

이것은 극단에 가깝지만

위에서 아래로

나를 힘껏 잡아당긴 것은 Y의 말대로, 나이다

그러고 보니 계단을 만들어놓은 것 또한 나이다

이쪽과 저쪽이 잘 맞물려 서 있는 자세에 대하여

틀어진 이를 가지런히 만드는 방법에 대하여

나는 알지 못한다

아무리 힘껏 당겨도 닫히지 않는 계단 앞에서

나는 기울어져 조용히 멈춰 있다

 

 

 

kim1.jpg


 

2007세계의 문학등단

시집 시소의 감정』『양들의 사회학

20회 편운문학상 시부문 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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