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넝쿨 / 임곤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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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060회 작성일 17-01-23 15:05

본문

넝쿨

 

임곤택

 

 

그녀가 온다

온 동네 이파리들의 노골적인 손짓을 슬쩍 밀치며

그녀가 지나는 길의 이 층

커다란 창이 두 개나 붙은 집을 나는 질투한다

 

그녀가 온다

한가한 가게들, 간판과 기왓장들 한꺼번에 달려들어

달착지근 갈증이 얽힌다

 

빨래를 넌다

하고많은 옥상과 하고많은 햇볕을 놔두고

그녀 향해 열린 창틀에 수건 한 장을 내건다

재잘거리는 꼬마들의 머리 위

 

담배연기, 손짓들, 수건 한 장의 순서로

그녀를 뒤집는다

너희들의 눈빛은 틀려먹었다

허구한날 컵라면을 찾는 손목댕이도 싹수 노랗다

 

미치겠다 그녀가 내 쪽으로 온다

길어지는 담장

걸핏하면 털어놓은 속엣말같이

그녀가 온다

 

-《시산맥2016년 겨울호

 


lim.jpg

1968년 전남 나주 출생

2004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시집 지상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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