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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산 / 박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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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060회 작성일 17-01-25 11:14

본문

겨울산

 

박현수

 

 

모든 것이

이렇게 자명하게 드러나는 날이 오리라

대설주의보를 지나

어깨 넓은 겨울산이 제

허리에 걸린 길을 훤히 드러내고 있다

제 몸을 관통하는

이념이 이토록 선명하게 보인 적은 없다

몸을 안고 돌아오는

차가운 정신의 지도가 그려질 듯하다

함부로 밑줄 그을 수도 없는

혹한의 한 마디가

짙은 녹음을 헤치고

현란한 단풍을 털어 비로소 발음되고 있다

일점일획을 더할 수도

뺄 수도 없는 단호한 한 문장이다

눈 녹은 물로

질척거리는 여기, 이 흐물거리는 구절들이

비로소 읽히기 시작한다

저 문장과 이 구절들은 서로의 부연이고 각주다

모든 것은 말해졌다

이제 더 이상의 깨달음은 없다

겨울산을 가로지르는 뇌문(雷文)

모든 것이 이렇게

자명하게 드러나는 날이 기필코 온 것이다

 

 

박현수.jpg

1966년 경상북도 봉화 출생

1992 한국일보신춘문예 당선

시집 우울한 시대의 사랑에게』 『위험한 독서

겨울강가에서 예언서를 태우다

39회 젊은 시인상 수상

현재 경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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