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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이국 / 김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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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196회 작성일 17-02-02 08:23

본문

냉이국

 

김병호

 

 

가로등은 깜박, 깜박 얇은 잠을 뒤척이고

담배가게 용길이 할머니도

난로가에 앉아 선잠을 데우십니다

젊은 아버지 퇴근길의 휘파람처럼

눈발이 골목을 길게 휘감으며

어깨 좁은 이웃들의 안부를 묻는 저녁입니다

 

어머니 시집올 때 해오셨다는

자개상 위에서 서둘러 맞는 저녁

아버지가 좋아하셨다는 냉이국을

두 쌍의 수저가 어깨 세워 사이좋게

달그락거리고, 바닥에 가라앉은 뿌리마저 훌

훌 들여마시면, 한 그릇으로도 가득 넘치는

, 난 아버지의 봄마저 마십니다

 

멀리 계신 아버지, 마당 한 쪽에

싸륵싸륵 눈 쌓이는 소리로 안부를 전하면

꽃시절 그리운 어머니는

먼 나라로 길을 나서듯 뜨개질을 하시는데

조개껍질 안으로 영겁을 지낸 순한 짐승들이 날고

꽃구름 사이로 볼 붉은 아이들이 뛰어다닐 때

먼 나라에서 어깨 나란히 걷는

하이칼라의 젊은 아버지와

하이힐, 나팔바지의 어머니

 

밤이 깊을 수록 아버지의 안부는 선명해지고

어머니는 미닫이에 걸린 달빛으로

한 땀 한 땀 봄을 깁고

내일쯤 나는

다시, 젊은 아버지를 만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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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광주 출생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

2003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으로 달 안을 걷다, 밤새 이상을 읽다』 『백핸드 발리

2013년 한국시인협회상 젊은 시인상

2013년 제8회 윤동주 문학대상 젊은 작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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