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진 자리 / 류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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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진 자리
류인서
꽃잎 지고 난 가을 뜰에서
한 중심을 향해 둘러앉은 시간의 고분군을 만납니다
불붙어 싸우던 허공마다
깜깜하게 깊어진 그늘이 봉분처럼 돋아올라
빛을 삼키며 침묵의 블랙홀로 가고 있네요
날아오르고 싶은 바람홀씨들
기억 저 끝과 이 끝은 유물로 가라앉아 있을까요
벽화 속의 채운(彩雲) 하늘과
하늘을 기울여도 쏟아지지 않는 붉은 해
해의 동공에 사는 세발까마귀 눈뜨고, 웅얼웅얼
오음음계 노랫소리 꽃물처럼 번져나와
바람 깨워 흔들며 내게로 스밉니다
그 노래를 배음으로 이울었다가 다시 부풀기도 하는
먼바다의 더 먼 별자리까지 궁상각치우, 익고 익어 따스합니다

1960년 대구 출생
2000년《시와사람》신인상
2001년《시와시학》신인상으로 등단
시집『그는 늘 왼쪽에 앉는다』『여우』『신호대기』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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