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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경전 / 박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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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811회 작성일 16-11-25 10:31

본문

 

구름 경전

 

박우담


  산골 사람들은 구름을 숭배한다 구름이 곧 경전이다 몰려다니는 구름이 예시한 걸 잘 해석해야 한다 씨를 뿌릴 때도 가을걷이를 할 때도 자손을 잉태할 때도 제를 지낼 때도 경전의 해석에 따른다 몇 해 전 아버지가 앞산 응달쪽에 들어가 나오지 않았을 때도 그랬다 먹장구름은 뭐라고 미리 적어놓았는데 그걸 미처 읽지 못했다 먹장구름의 말씀은 일시에 불어나는 계곡물처럼 지엄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이곳 사람들은 티브이의 애국가보다 구름의 하드커버를 먼저 만난다 구름의 문장은 점자처럼 줄거리를 쉽게 보여주지 않는다 갑자기 부풀어 오른 빈 문서도 있고 원시벽화의 상형문자로 돋아날 때도 있고 어떨 땐 진양조로 어떨 땐 휘몰이장단으로 떨린다 비밀을 포식한 구름 물결이 문장으로 태어나고, 혼절한다 구름의 뒤를 따르는 나의 순례도 내 자신의 발자국 안에서 길을 잃고 만다

 

  바람의 뒤축이 끌고 간 구절을 넘어서면 흙먼지로 일어서는 먼저 간 혼령들도 보인다 간혹 그 속에서 발자국에 갇혀 허우적거리는 나를 만난 적도 있다 복화술로 건너오는 검은 문장 속에 내 전생을 기록해둔 비문이 희뿌옇게 보일지 모르겠다 어느덧 사람들은 구름의 문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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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주 출생
2004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에 추천완료
시집 『구름 트렁크』『시간의 노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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