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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시(卯時) / 안차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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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620회 작성일 16-11-28 12:43

본문

 

묘시(卯時)

 

   안차애

 

 

공기방울. 휘파람 소리. 고양이의 발자국

흰 후드티셔츠. 비구름. 허밍으로 부르는 노래

 

정수리를 간질이거나 어루만져준다는 느낌 때문에

물기 많은 눈빛 주위를 맴돈 적 있다

 

어린 참새가 시리아 난민 아기 쿠르디처럼 소복한 앞가슴을 내밀고 골목 끝에 제 몸 무덤을 만들었다

어둠이 가장자리부터 말린다

검은 뼈가 주저앉은 자리에 모퉁이가 돋아난다

나를 적신 이슬이 곧 너에게로 흘러가 물기 많은 잠이 될 것이다

 

젖은 풀밭에 두 발로 서 있는 고양이는 검은빛을 지키는 사제처럼 엄숙하다

덜 여문 공기방울을 징검징검 밟고 가면

글썽이는 게 있다

푸른빛 튕기는 소리가 난다

 

곧 수거될 것들이 휴거 중인 몸처럼 들린다

발뒤꿈치를 들고 공평하게 증발하는 슬픔

귀가 지워진다

검은 얼룩이 한 발 먼저 지워진다

마르면서 다시 젖는다

 



BEC8C2~1.JPG

부산교육대학 졸업
2002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시집『불꽃나무 한 그루』『치명적 그늘』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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