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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골 / 유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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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804회 작성일 16-12-01 09:48

본문

 

유골遺骨

 

유홍준

 

당신 집은

무덤과 가깝습니까

요즘은 무슨 약을 먹고 계십니까

무덤에서 무덤으로

산책을 하고 있습니까

저도 웅크리면 무덤, 무덤이 됩니까

무덤 위에 올라가 망望을 보았습니까

제상祭床 위에 밥을 차려놓고

먹습니까

저는 글을 쓰면 비문碑文만 씁니다

저는 글을 읽으면 축문祝文만 읽습니다

짐승을 수도 없이 죽인 사람의 눈빛, 그 눈빛으로 읽습니다

무덤 파헤치고 유골 수습하는 사람의 손길은 조심스럽습니다

그는 잘 꿰맞추는 사람이지요

그는 살 없이

내장 없이, 눈 없이

사람을 완성하는 사람이지요

그는 무덤 속 유골을 끄집어내어 맞추는 사람입니다

저는 그 사람이 맞추어 놓은 유골

유골입니다

 

commonCAXIGUZ8.jpg 
 
1962년 경남 산청 출생
1998년 ≪시와 반시≫로 등단
2005년 제1회 젊은 시인상 수상
2009년 제1회 시작 문학상 수상
28회 소월시문학상 수상
시집  『상가에 모인 구두들』 『나는 웃는다』 『저녁의 슬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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