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火蛇 또는 화사花蛇 / 강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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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火蛇 또는 화사花蛇
강태승
용광로에서 뱀이 나온다
저승보다 조용했던 쇳덩이 혓바닥 날름거린다
수백 수천 마리의 뱀이
하나의 뱀으로 쏟아지는
단지 철광석 고철이었던 것이
죽은 뱀이었던 쇳덩어리가
혓바닥 싱싱하게 꽃피우며
꽃보다 환하게 웃으며
무너지거나 쏟아지는
그러면서 덥기보다 뜨거운
느끼하기보다 격렬한 피
징그럽거나 서늘한 불꽃 없는 울음을
관棺에 붓자 까맣게 몸부림친다
희열과 슬픔이 하나의 자세로 식는다
철근으로 누운 뱀을
두들기자 안으로 몸부림치는 화사火蛇,
호미 괭이 삽으로 걸리고
절에서는 종으로 매달렸다
화사火蛇또는 화사花蛇 가 되어
제 것인 양 대담하게 난동부리다가
범종梵鐘으로 걸린 옆구리를 치자
수만 마리의 뱀이 쏟아져 나와
귓속에 숨은 개구리 쥐를 먹고
알지 못한 짐승을 쫒아내고
다시 종으로 돌아간다
아무 때나 쳐도 뱀은 쏟아지지만
아침저녁 치는 것이
같은 뱀이라도 효험 있다는 소문,
용광로에서 뱀이 나온다
한 점 죄 없는 싱싱한 뱀이
기쁨과 슬픔을 하나로 섞어버린
뱀이 다시금 내게 하얗게 웃는다.
1961년 충북 진천 출생
2012년 《두레문학》 시 추천
2014년 계간 《문예바다》 신인상
2015년《시산맥》 기획시선 공모에『칼의 노래』 당선
시집 『칼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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