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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관의 신화 / 정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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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832회 작성일 16-12-08 09:11

본문

 

하관의 신화


정가일 

 

억새꽃 떨어져 쌓인다

그런 까닭에

전에는 아프지 않던 날갯죽지가 가렵다

신의 호명에, 묵직한 계절을 걸어왔을 어린 신화의 첫울음이

마침내 날개를 펴

행성의 궤도로 찾아든다

 

여름 장마 속에

고스란히 외눈박이로 서 있던 구부러진 비행이여,

 

들을 밟고 물을 건어

육신의 기도로 햇살을 받쳐 든 이곳에서

가장 선한 모습으로

수북하게 엎드렸던 나무의 혼령들이

망자의 발목으로 몰려든다

산을 끼고 이어지는 끝없는 길, 저들을 몰고

마냥 걸어가면 낮은 하늘 아래

등마루 같은 위안이 놓일까

 

바스러질 듯이 휠체어에 하얗게 앉아 있는 미망의 여인과

다 자라지 못한 장성한 아이들과

애써 웃으면서

애써 아무 일도 아닌 듯이

훠-이 훠-이

생의 눈부신 저편

다 끝났다

시몬아.

꽃 피워라,

 

 

충북 청원 출생  
2002년 <평화신문>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시집 『 얼룩나비 술에 취하다』『배꼽 빠지는 놀이』『사랑이라 말하기에는』

          『우리 언니는 돌아오지 않았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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