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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 / 서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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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799회 작성일 16-12-15 10:31

본문

 

천문학자

 

서영처

 

바흐의 음악들은 별빛, 수백 년을 거쳐 내게 도달한다

 

느린 악장을 천천히 켜며
나는 날개를 달고 날아간다
총총한 별자리를 더듬는다
선율과 화성으로 가득 찬 별들의 길과 간격
나는 둥근하늘을 가늠하고 측량한다
활 끝에 묻히는 별빛에 귀를 곤두세운다
페가수스, 카시오페아, 북두칠성, 오리온
宇宙絃(우주현)을 건드리자 푸가, 자유롭게 쫓아다닌다

 

내 별은 멀찍이 서서
그를 향해 반짝일까 말까 반짝일까 말까 반짝인다

 

무한한 창공인 바이올린의 자판위에
다가갈 수 없는 거리를 더듬어내던 음정
나는 다시 별들의 길을 추적한다
별빛들을 끌고 와
활 끝에 휘감아서 펼쳐낸다

 

부드러운 소리들을 비밀한 바구니에 담아둔다


 

 

1964년 경북 영천 출생
경북대학교 음악과에서 바이올린 전공
영남대학교에서 국문학 박사과정 수료
2003년 계간 <문학.판>으로 등단
시집 『피아노악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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