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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 창고 / 이수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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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814회 작성일 16-12-1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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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 창고


이수명


우리는 물류 창고에서 만났지

창고에서 일하는 사람처럼 차려 입고

느리고 섞이지 않는 말들을 하느라

호흡을 다 써 버렸지

 

물건들은 널리 알려졌지

판매는 끊임없이 증가했지

창고 안에서 우리들은 어떤 물건들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으로 갔다가 거기서

다시 다른 방향으로 갔다가

돌아오곤 했지 갔던 곳을

또 가기도 했어

 

무얼 끌어내리려는 건 아니었어

그냥 담당자처럼 걸어 다녔지

바지 주머니엔 볼펜과 폰이 꽂혀 있었고

전화를 받느라 구석에 서 있곤 했는데

그런 땐 꼼짝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지

 

물건의 전개는 여러모로 훌륭했는데

물건은 많은 종류가 있고 집합되어 있고

물건 찾는 방법을 몰라

닥치는 대로 물건에 손대는 우리의 전진도 훌륭하고

물류 창고에서는 누구나 훌륭해 보였는데

 

창고를 빠져나가기 전에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누군가 울기 시작한다.

누군가 토하기 시작한다.

누군가 서서

등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누군가 제자리에서 왔다 갔다 하고

몇몇은 그러한 누군가들을 따라 하기 시작한다.

 

대화는 건물 밖에서 해주시기 바랍니다.


정숙이라 쓰여 있었고

그래도 한동안 우리는 웅성거렸는데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소란하기만 했는데

 

창고를 빠져나가기 전에 정숙을 떠올리고

누군가 입을 다물기 시작한다.

누군가 그것을 따라 하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조금씩 잠잠해지다가

더 계속 계속 잠잠해지다가

이윽고 우리는 어느 순간 완전히 잠잠해질 수 있었다.


lsm.jpg

1994년《작가세계》 등단
2001년 박인환 문학상 수상
시집 『새로운 오독이 거리를 메웠다』 『왜가리는 왜가리 놀이를 한다』
『붉은 담장의 커브』 『고양이 비디오를 보는 고양이』『언제나 너무 많은 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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