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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역 / 배홍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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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502회 작성일 16-12-28 08:33

본문

나주역


배홍배

 

 

폐역의 지붕 위에 너덜너덜 흘러내리는 햇빛

속으로 여객기가 날아올랐다

비행기가 지나간 하늘에 기찻길이 새로 생겼다

 

철길은 망초꽃 그늘 아래거나

그늘에 찍히는

내 발자국 안에도 있다

 

기차가 돌아 올라가는 루프터널

늑골들이 덜컹거리는 소리,

그리움의 모서리가 닳아

뼈마디들이 마음 놓고 흔들리는 소리에 대하여

폐역의 지붕은 얼마나 긴 시간을

생각에 잠길 것인지

한생을 지키며

등을 구부리고 햇볕과 비와 눈과 바람을

홀로 견디는

또 한생에 대하여, 그 쓸쓸함의 각도에 대하여

 

 

 bae.jpg

  

1953년 전남 장흥 출생

2000년 월간 현대시로 등단

시집 단단한 새, 바람의 색깔, 산문집 추억으로 가는 간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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