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5호 / 전동균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1205호 / 전동균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879회 작성일 16-10-17 08:32

본문

 

1205호

 

 전동균

 

 

수리를 하긴 했지만 좀 낡았답니다

 

이 갈색 탁자는 아버지가 만드신 것

마른 꽃들이 꽂힌 작은 항아리는 어머니가 아끼시던 거예요

제 것은 별로 없어요

 

맞아요, 그림 속의 저 나귀는 잠 씨*의 농장에서 도망친 거죠

오후 세 시만 되면 어디론가 사라지곤 해요 물통을 지고

 

마루가 삐걱거려도 무시하세요 소심한 것들은 원래 그래요

창문들은 늘 말이 없지요

매를 맞고 자란 전갈좌의 남자처럼

오래 살아남기 위해서는

침묵이 유일한 무기란 걸 잘 알고 있는 거죠

 

쉿, 저 구석방의 문은 열지 마세요

거긴 온종일 지구를 도는 열차가 달리고 있고

수염이 허옇게 얼어붙은 채 끊임없이 주문을 외는 촛불이 살고 있어요

가까이 다가가면 크르렁, 시뻘건 이빨을 번뜩이며 울부짖죠

자폭하겠어! 세상을 다 날려버리겠어!

 

여긴 저녁 햇볕이 가장 환해요

햇볕 속에 반짝이는 게 무엇인지

자기 눈을 찌르는 칼날들인지, 아무리 강풍이 불어도 끄떡없는 까치둥지인지 모르겠어요

언젠가는 저 속에서 알몸뚱이 천사가 떨어진 적도 있어요 가엾은 벌레 같았죠

 

어두워져도 불이 켜지지 않는 집이에요

재로 짠 옷을 입고 밤은 찾아오죠

우리는 모두 깨진 그릇 같은 존재들

누군가 간신히 본드로 붙여놓았죠

언제 부서져 흩어질지 몰라요

 

잠깐 앉으세요 조금만 쉬었다 가세요

커피 한 잔 드릴까요?

제 피는 아프지 않은 날이 없었으니

커피 맛은 괜찮을 거예요

 

  * 프랑시스 잠 Francis Jammes.

 

 


 

1962년 경주 출생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1986년 《소설문학 》신인상 당선
시집 『오래 비어 있는 길 』『거룩한 허기 『함허동천에서 서성이다 』
『우리처럼 낯선』등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3,326건 55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62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42 0 11-18
62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95 0 11-18
62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07 0 11-17
62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58 0 11-17
62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64 0 11-16
62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54 0 11-16
62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31 0 11-15
61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14 0 11-15
61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95 0 11-14
61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78 0 11-14
61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93 0 11-11
61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50 0 11-11
61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35 0 11-10
61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37 0 11-10
61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57 0 11-09
61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40 0 11-09
61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17 0 11-08
60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78 0 11-08
60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55 0 11-04
60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58 0 11-04
60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81 0 11-03
60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18 0 11-03
60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53 0 11-02
60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52 0 11-02
60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30 0 11-01
60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42 0 11-01
60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02 0 10-31
59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68 0 10-31
59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02 0 10-28
59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77 0 10-28
59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18 0 10-27
59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71 0 10-27
59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99 0 10-25
59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19 0 10-25
59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33 0 10-24
59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08 0 10-24
59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86 0 10-21
58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59 0 10-21
58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97 0 10-20
58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63 0 10-20
58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52 0 10-18
58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00 0 10-18
58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42 0 10-17
열람중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80 0 10-17
58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56 0 10-13
58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28 0 10-13
58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20 0 10-12
57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79 0 10-10
57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17 0 10-10
57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48 0 10-07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