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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의 모자 / 신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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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730회 작성일 16-11-01 09:44

본문

 

나이지리아의 모자

 

신정민

 

태어나지 않은 아이의 모자를 뜬다

빈곤이 만들어낸 심연과 굴욕에 씌워줄

빼앗긴 대지에 씌워줄 무늬 없는 모자

뉴욕만큼 비싼 물가와

사하라 사막에서 날아온 모래먼지의 나라

노예가 되기 위해 태어나는 아이들

강제 노역과 매질에 필요한

강한 바람과 우기의 천둥에게 씌워줄 모자

회색의 열풍

나무에 매달린 채로 발아하는

맹그로브 숲의 씨앗들에게 씌워줄 모자를 뜬다

시만 있고 사랑이 없다면

단어들만 있고 그리움이 없다면

내일은 오겠지만 당신이 없다면

어머니가 되기 좋은 나라에서 온 편지

답장 대신 모자를 뜬다

시는 사랑이 쓰는 거라서

그리움만이 단어를 찾아 떠나고

당신이 없다면 내일도 없다고

손끝에서 태어나는 모자

생명과 두려움

그 둥근 실타래를 풀어 뜬다

태어난 날 사망하는 나이지리아의 체온

작고 검은 얼굴에 어울리는 푸른 햇살로

모자를 뜬다

한여름 나이지리아의 고무단이 촘촘하다

 





전북 전주 출생
2003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집『꽃들이 딸꾹』『뱀이 된 피아노』 』『나이지리아의 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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