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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명하는 공 / 정영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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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880회 작성일 16-11-03 09:32

본문

  증명하는

 

 정영효

 

 

  공은 떠나고 있다 공은 도착하고 있다

 

  할 일 없는 우리가 할 일을 찾기 위해 던져본 것뿐인데 어느새 세계는 입장하고 어느새 너와 나는 친절해지고

 

방향이 자리를 밀어내 자신을 찾도록 높이가 자신에게 잡히지 않으며 상승하도록 공은 계속 다가오고 공에서 가까운

  곳을 기다리면

 

  대낮이 지나간다 바람이 펼쳐진다 보이는 게 보이지 않는 걸 움직이는 일은 평온하다는 듯이

 

  기대는 기대 때문에 깊어진다 함께 만든 구경은 쉬워진다 누가 쥐기 전에 부족해지는 표정, 놓치는 걸 아쉬워하는

손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니까 

 

  할 일이 많아져 공을 던진다 공을 받는다 물어도 얻지 못할 양보처럼 둘 사이는 규칙이 되고 반복이 스스로 갇힐 때

처음과 끝을 참는 반대편으로 사라지는 걱정, 살아나는 저녁

 

  쉽게 자라는 영혼을 떠올리며 공을 맞이한다 공을 마주하는 중이다 너무 멀리 던지면 포기해버릴

 

  운동장은 담장 안에 굳어 있다


 

 

jungyh.jpg


 

1979년 경남 남해 출생
2009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계속 열리는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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