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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 허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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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994회 작성일 16-11-11 09:42

본문

 

식민지
- 허난설헌이 프리다 칼로에게

 

허영숙

 

당신은 몸의,
나는 관습의 식민지

 

젖은 붓의 행간을 당기고 밀며
밤을 산맥처럼 넘어갈 때
당신은 거울의 당신을 보며 화폭을 적시고

 

꽃의 얼굴로 먼 바깥을 보고자 한 심사가
금기를 넘어 선동의 죄목으로 가두는 것이 관습이라
감기처럼 잦은 당신의 불운이 운명의 감옥이라

 

망명할 수 없는
투사처럼 싸울 수도 없는 현실에 귀를 붙이고
눈을 잠그고
마음으로만 웅숭한 깊이를 가진다

 

당신이나 나나 시절과 운명의 식민지 아래
오래 울다가는 사람

 

당신이 우산을 가지러 가지 않았더라면
꽃이 비로소 꽃인 시절에 내가 왔더라면

 

우리도 기념일을 가졌을까

 

*프리다 칼로 -  자신의 고통스러운 생을 강렬하고 충격적으로 그려 냄으로써 관능적이고 개성 강한 자의식의 세계를 창조한

        멕시코 출신 초현실주의 여류화가

 


 

2006년 《시안》신인상 당선

한국시인협회 회원
<시마을> 동인

2016년 부산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시집『바코드』『뭉클한 구름』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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