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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 / 전다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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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854회 작성일 16-11-16 08:12

본문

차이

 

  전다형

 


​  언덕배기 아래로 쏜살같이 내달리다 우체국 오른팔이 살짝 내려놓은 우체통 앞에서 연애편지가 끊기다 싱싱한 종아리가 또각또각 젊음을 찍어놓은 대학 정문에서 철든 젊음이 꺾이다 체납 통지서 연일 독촉장에 시달리는 세무서 앞에서 지갑이 꺾이다 당당한 이름 석 자 등기소 지나다 등기필증이 꺾이다 코를 훔쳐가는 제과점 앞에서 허기가 꺾이다 동그라미 빵빵 하염없이 그리는 손목이 은행 창구 앞에서 통장 잔고가 꺾이다 평생 뼈를 묻는 직장에서 실직 가장인 그의 목이 푹 꺾이다 

  

  꺾인 것들에는 햇살에 베인 흔적이 뚜렷하다

 

  속이 까맣게 여물어가는 해바라기가 목을 꺾다 누렇게 익어가는 벼가 고개를 꺾다 낭창낭창한 사과나무 가지가 푹 고개를 숙이다 키 큰 수수가 고개를 다소곳이 아래로 숙이다

 

  스스로 목을 꺾는 것들에는 그늘이 없다 



  

경남 의령 출생
2002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부산시인협회 회원, 부산작가회의 회원,
시집『수선집 근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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