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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목소리 / 여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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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287회 작성일 16-08-30 10:06

본문

 

마지막 목소리

 

여태천

 

 

자주 해가 지는 시간이 찾아와서

나는 무서웠다.

어디쯤에서 저 끝은 시작되었을까.

안녕 잘 지내니, 라는 말을

썼다가 지우고 다시 쓰는

종이는 종이대로

글씨는 글씨대로

이미 어둠에 하나씩 발을 들여놓고서

나는 자주 해가 지는 시간을 기다려

저 어둠의 음질(音質)을 기억하기로 했다.

그러고 나서야

자주 해가 지는 시간이 와도

그래 이제는 괜찮아, 라는 말을

별 뜻 없이 쓸 수 있게 되고

조금씩 밝아오는 쪽을 바라보기도 했다.

그때쯤에서야

괜찮아 괜찮아

사라지지 않고 반복되는 컴컴한 목소리들

시간은 시간대로

감정은 감정대로

글씨는 글씨대로

괜찮은 거다.

모두가 괜찮은 거다.

 

 

 

1971년 경남 하동 출생
고려대 국문과와 동 대학원 졸업
2000년 《문학사상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국외자들 』『스윙 』『저렇게 오렌지는 익어가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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