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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들의 스크럼 / 황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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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979회 작성일 16-08-31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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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들의 스크럼

 

  황진성 

 

 

  요즘도 짚신을 신는 수도승이 있는 거 아세요? 성근 짚 사이 풀 한 포기 벌레 한 마리라도 살아남도록 길을 열어 주려는 거지요. 사람 발자국은 얼마나 독한지 지나가는 자리마다 모든 것이 사라지네요. 우리 머리를 사정없이 밟고 가는 발자국들 밑에서 삐죽이 잠망경을 밀어 올려봐요. 저 환한 햇살과 차가운 늦가을의 공기를 폐 깊숙이 들이마셔요. 하얀 새끼 왜가리가 뒤뚱거리며 걷고 배암이 흐르듯 몸을 뒤채며, 어린도꼬마리 깔깔대고 산국이 조용히 씨앗을 떨구는 길. 무성하게 우거진 풀들이 스크럼을 짜서 어쩌다 발자국이 찍혀도 금세 묻어 버리는, 길 아닌 길을 바라 보네요.

 



hwangjinsung_w_w_wonho.jpg


2005년《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등단
시집 『폼페이 여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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