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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선 / 최종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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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896회 작성일 16-09-21 08:58

본문

 

맞선

 

 최종천

 

내일 난 누구를 만나기로 되 있죠

나는 풀벌레 소리가 들리는 논길을 걸을 때

노래 소리가 그치지 않도록 홀연히 걷는

겁 많은 여인에 불과하므로

조용히 앉아 그가 펼치는 청사진을 혹은 필름들을

보기만 할 거 랍니다

다만 내게도 소원이 있다면 그가

일종의 견적서 같은 것을 보여주면서

나의 오래된 고독을 우롱하지 않기를 바라죠

물론 나는 사랑도 일종의 사업이라는 것을 알아요

그런데 사랑에는 한계가 모호하고

사업의 윤곽은 뚜렷하지요

성공하는 남자는 결코 원하지 않을 거 에요

나처럼 수줍은 여인과 무엇을 동업할 수 있겠어요

그래요 고독은 도대체가

무엇의 밑천도 되지 못해요 하지만

나는 늘 고독하기만 한 것은 아니랍니다

때로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요리를 하지요

햇살의 커튼으로 창을 장식하고

특히 설거지 할 때는 물을 아끼죠

차를 잘 끓이고 말수가 적답니다

그래요, 비서에나 어울리는 것이죠

내 반짝이는 비늘을 그가 어디에

묻혀 갈지를 모르겠어요



 

 

1954년 전남 장성 출생

1986세계의 문학

1988현대시학을 통해 등단

시집 눈물은 푸르다』『나의 밥그릇이 빛난다』『고양이의 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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