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 / 김나영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모자 / 김나영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938회 작성일 16-07-21 09:26

본문

  

  모자

 

   김나영

 


  마음에 드는 모자 하나를 샀다

  내 머리에 조금 큰 게 흠이지만

  나를 커버하고 코디하기에 이만한 게 없다

  머리를 감지 않은 날이나

  화장 안 한 얼굴을 가리고 다니기에도 그만인

  모자는 패션의 완성이 아니다,

  모자는 나의 방패다, 나의 무기다

 
  어느 날 이 모자를 처음 쓰고 외출 했을 때

  나를 아는 어떤 사람은 내 얼굴이 달라뵌다고도 하고

  나인 줄 몰라봤다고도 하고

  나를 다시 바라보게 됐다고도 했다

  그럴 리가 있겠느냐고 대답하면서도

  내심 팥죽처럼 풋풋풋- 부풀어 오르는 마음을

  모자로 꾹 누르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모자의 위력 속으로 점점 빠져들고 있었다


  모자의 테두리가 세월과 함께 차츰 낡아가고

  모자를 쓴 내 모습도 사람들 기억에 익숙해져 가고

  모자와 내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가고 있을 무렵

  어느 날 모자를 집에 벗어놓고 외출을 했을 때

  모자를 안 쓴 내 모습을 사람들은 아무도 몰라봤다

  이게 원래 내 모습이라고 해명을 해도 사람들은 내 말을 믿지 않는다

  모자를 천천히 벗었다 썼다 벗었다 썼다 해도 사람들은 나를 믿지 않는다


  그날 이후 나는 모자를 마음에 쓰고 산다

  어디에 내려놓지도 걸어 두지도 못하는 모자

  나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하는 모자

  요즈음엔 잠들 때도 벗지 못하는 모자

  모자를 벗은 내가 나인지, 모자를 쓴 내가 나인지 나도 헷갈릴 때가 있다

  지독하게 속이면 내가 속고 만다*

 

*김수영의,「성(性」에서 인용

 

 

1961년 경북 영천출생. 1998년《예술세계》로 등단.
2005년, 2008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을 받음.
시집 『왼손의 쓸모』, 『수작』.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3,326건 57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52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81 0 08-23
52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42 0 08-23
52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44 0 08-22
52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70 0 08-22
52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82 0 08-19
52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37 0 08-19
52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52 0 08-18
51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90 0 08-18
51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36 0 08-16
51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78 0 08-16
51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97 0 08-12
51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42 0 08-12
51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94 0 08-11
51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01 0 08-11
51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96 0 08-10
51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08 0 08-10
51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82 0 08-05
50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12 0 08-04
50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88 0 08-04
50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77 0 08-03
50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93 0 08-02
50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12 0 08-02
50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17 0 08-01
50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24 0 08-01
50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64 0 07-29
50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82 0 07-29
50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03 0 07-28
49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95 0 07-28
49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22 0 07-26
49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18 0 07-26
49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96 0 07-25
49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23 0 07-25
49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65 0 07-22
49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35 0 07-22
49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70 0 07-21
열람중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39 0 07-21
49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40 0 07-20
48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51 0 07-20
48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59 0 07-19
48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18 0 07-19
48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87 0 07-18
48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42 0 07-18
48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71 0 07-15
48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38 0 07-15
48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59 0 07-14
48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31 0 07-14
48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47 0 07-13
47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66 0 07-13
47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75 0 07-12
47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09 0 07-12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