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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구체적일 수 없는 얼굴 / 김두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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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881회 작성일 16-07-29 09:05

본문

 

우리는 구체적일 수 없는 얼굴

김두안 
    
얼굴에 확 달라붙은 하루살이 떼는
노을 타는 먼지들, 순간
털어내도 눈앞이 캄캄한 얼굴
 
하루살이 떼는 오직 하나의 얼굴 아니
몇 개의 얼굴 아니
수천 마리의 우글거리는 얼굴
 
노을을 아무리 반죽해도 위로가 될 수는 없는 얼굴,
흩어지다
다시 아 입을 벌린 허공
 
하루살이 떼는 허공의 실체일까
얼굴의 기억일까
그러나 아우성을 쳐도 끝까지 고요한 얼굴
 
바람 속에서도 서로를 고스란히 기억해 내는 얼굴
우리는 중심이 비어서
더 정신없이 머리를 흔드는, 그러니까
사랑해, 사랑해......,
다시
우리 관계는 하루살이 떼
 
흩날리는 것은 하루뿐만 아니어서
태어나자마자 죽어야 할 일들이 많은 얼굴
 
오늘도 수천 마리 하루살이 떼는
하루루
하루루 타오르는
우리는 구체적일 수 없는 얼굴
 
새가 뚫고 지나간
하루살이 떼는, 무슨 할 말이 있는가

 

 
 

1965년 전남 신안군 임자도 출생
200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시집 『달의 아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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