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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자리의 이별 / 서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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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582회 작성일 16-02-17 13:48

본문

 

저녁 자리의 이별

 

서정임

 

  낡은 용달차를 몰고 온 사내가 옷가지들과 구두를 꺼낸다 한꺼번에 쓸어 담아 온 폐품을 갈대밭에 휙휙 집어던진다 탁탁 두 손을 털고 담배를 꺼내 문다 저 건너다보이는 텅 빈 염전에 실밥 뜯긴 소금 자루들이 누군가의 발길에 납작납작 밟혀 있다 한 모금 침묵을 깊숙이 빨아들인 사내가 천천히 뒤돌아선다 굽은 등 뒤로 불어오는 쓸쓸한 바람, 머리부터 발끝까지 허리를 굽힌 갈대가 옷깃을 붙잡는다 그녀의 손을 뿌리친 사내가 담배꽁초를 던지다 한 개비의 타다 남은 추억과 미련과 분노를 갈대밭에 던져놓고 시동을 건다

 

  황급히 무릎 꺾은 갈대가 힘없이 쓰러진다 사내가 싣고 온 폐기물들을 받아든 그녀의 머리 위로 지붕 뜯긴 소금 창고 같은 하늘이 축 처져 내린다

 


sji.JPG


 

 전북 남원 출생
 2006년 계간 《문학·선》 등단
 2012년 경기문화재단의 문예창작지원금 수혜
 시집으로 『도너츠가 구워지는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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