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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버섯 / 전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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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001회 작성일 16-05-31 09:23

본문

 

검버섯

 

전주호

 

아마, 바람을 타고 날아들었을 것이다

구불구불 생의 이랑에 돋아난 검은 포자들

따가운 햇살과 바람 맞으며

생채기 돋고

습한 기억이 지나간 자리마다

깊숙이 뿌리 내렸을 것이다

 

언제부터였을까?

손등에 둥지를 틀고 앉아 꿈을 꾸더니

뺨 구석구석 밭을 일구고

크고 작은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거뭇거뭇 썩어들어 단내 지독한 사과처럼

반점 그득한,

 

생의 이력을 대변하는

버섯밭,

그녀의 온 몸에

화전을 일구지만

 

지난 날

잡초처럼 돋아나던 욕심과

슬픈 기억들은 훌훌 태워버리고

비로소 온 평화

 

아무도 빼앗을 수 없는 추억들 속에

여자는 여린 마음 빛깔의 홀씨들을 뿌린다

빽빽하게 돋아난 세월 속에서

달콤하고 눅눅한 나이를 먹는다

 

 

 

충남 부여 출생  
1999년《심상》신인상 수상  
2002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으로『슬픔과 눈맞추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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