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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들 / 천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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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555회 작성일 16-06-03 09:38

본문

 

강박들

 

천서봉
                                                                                                 그날이

                            그날의 당신이 버스가 꽃이 프랑소와즈 아르디가 스타킹이

                                   프렉탈이 원숭이띠가 어떤 범론이 개론이 개목걸이가

                           요코 다와다가 바다가 이민이 파도가 너울이 두통이 호흡이

                                                      그렇게 울음을 제유하는 묵언들이 왈칵,

 


 

쏟아져 내리는 나의 본가(本家)엔

 
당신이 버리고 간 구두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조심스레 돌아가는 지구가 있고

 

여전히 한 척의 배를 띄우지 못해 얕은 강가에서 놀고 있는 아버지가 있다


머리 흔들고 손 저어도 붙어 떨어질 줄 모르는 몇 편 검은 햇살 같은 절망이 있고

 
그런 당신의 오후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자진하여 부근이나 근처가 되어가는 발 저린 풍경이 있다

 
대문 밑 혓바닥처럼 밀려들어오는 고지서들, 참 더딘 고독들, 온다 안 온다 온다 안 온다……

 
아직도 나의 현관엔 모든 결심을 물시(勿施)하려는 외풍이 다정하고


홀수를 점치는 저녁이 이토록 서늘한 것은 열어둔 채 떠나온 당신의 마음 때문이겠다

 

 

 

1971년 서울 출생
국민대 건축학과 졸업
〈온시〉 동인
2005년 〈작가세계〉 신인상에 「그리운 습격」 외 4편으로 당선
2008년 문예진흥기금 수혜
시집 『서봉氏의 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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