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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없는 기억 / 이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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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039회 작성일 16-06-09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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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기억


이향지

 

리어카를 따라갔다
호마이카 장롱보다 작은 리어카

 

모퉁이를 돌아가면 또 모퉁이
넓은 길은 좁아지고
등에 업힌 아이는 잠들어 축 늘어지고

 

좁은 길옆에 쪽문을 열어둔 파란 대문 집
문간 방, 연탄 광에 차린
캄캄한 부엌, 쥐들은 밥 냄새를 맡고
달그락거리고

 

리어카를 따라갔다
호마이카 장롱보다 작은 리어카

 

한 아이는 걸리고
한 아이는 업고
모퉁이를 돌아가면 또 모퉁이
한번 좁아진 길은 몇 번을 꺾어 돌아도
넓어지지 않고

 

리어카 위에는 아이들 목욕통
목욕통 안에는 빨간 비닐곰
조금만 눌러도 삑삑 소리를 내고

 

햇빛은 장롱 위에서 번들거리고
장롱에 딸린 거울은 쓸데없이 커다란 하늘을 담고


 

 

1942년 경남 통영 출생
1967년 부산대 졸업
1989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2003년 제4회 《현대시 작품상》 수상
시집으로 『 괄호 속의 귀뚜라미』『구절리 바람소리 』
              『내 눈앞의 전선 』『山詩集  』『 물이 가는 길과 바람이 가는 길』
               편저『윤극영전집 1,2권 』산악관련 저서로 『금강산은 부른다 』
               산행에세이『산아, 산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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