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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 / 백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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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118회 작성일 16-06-24 10:13

본문

 

검정

 

   백상웅

 

검정은 자주 손이 간다.

 

스무살이면 필요하대서 검정 정장을 사 입고 미팅과 상갓집과 결혼식을 다녔다.

 

검정으로 데이트 하고 고개 숙이고 악수를 했다.

지금의 감정도 그때와 같다.

 

야근하고 집에 도착했을 때 방 안은 칠흑 같고, 불을 켜니 사랑하는 사람의 눈썹은 검정이다.

밤에 나뭇가지는 그림자로 흔들린다.

 

출생신고도 이력서도 부동산 계약서도 글자는 새까맣다.

죽는 것은 대체로 암흑이라고 알려졌다.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지 말라고 했으나 급하면 막막하고 먹먹한 검정에도 손을 내민다.

어둠이 눈에 익을 때쯤 검정은 검정이 아닌 게 된다.

 

입 다물면 식도부터 항문까지 깜깜하다.

갱은 더 자라지 않는다.

나는 다 컸다.

 

 

 

 

1980년 전남 여수 출생
 우석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7년 대산대학문학상 수상
 2008년 『 창비』신인상 수상
 시집 『거인을 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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