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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지리 첫눈 / 전동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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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840회 작성일 16-07-11 10:34

본문

 

매지리 첫눈

 

  전동균

 

 

돌아가신 아버지가

오시는 것 같았지

 

당신 참 나뻐!

옛 여자가 글썽이며 돌아서는 것 같았어

 

외면하듯 나는

귓불을 만지고 손가락을 뚝뚝 꺾고

발톱을 깎았지

 

이거 참 어쩌면 좋으냐,

내게는 내가 만든 게 하나도 없구나

내가 내 손님이구나

 

눈은, 첫눈은

저녁이 돼도 안 그치고

길들은 허옇게 달아나고

차는 끊어지고

 

하루 종일 아무 일도 못했지만

먼 눈밭을 뛰어온 개처럼

푸르르, 목을 흔들면서 나는

저녁 먹으러 갔지

 

감기 든 몸에 모자를 씌우고

장갑을 끼워 주고

한 걸음 반쯤 떨어져 서서

 

밥 대신 고추짬뽕 먹으러

 

 


 

1962년 경주 출생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1986년 《소설문학 》신인상 당선
시집 『오래 비어 있는 길 』『거룩한 허기 『함허동천에서 서성이다 』
『우리처럼 낯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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