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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 / 이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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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272회 작성일 16-05-03 11:05

본문

 

가위

 

   이민하

 

어떤 날에 우리는 철없이 병이 깊었다

일요일인데 얘들아, 어디 가니?

머리에 불이 나요

불볕이 튀는데 없는 약국을 헤매고

 

창가에는 화분이 늘었다

좋은 기억을 기르자꾸나

머리카락이 쑥쑥 자라고 눈코입이 만개할 때마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까

생크림을 발라줄게

촛불을 끄렴 나쁜 기억의 수만큼

 

전쟁을 줄입시다

담배를 줄이듯

 

징집되는 소녀들은 셀 수도 없는 초를 꽂고

꿈자리에 숨어도 매일 끌려가는데

우리의 무기는 핸드메이드

 

페이퍼에 연초를 말아 피우는 저녁

 

사는 게 장난 아닌데 끊을 수 있나

몸값 대신 오르는 건 혈압뿐이구나

 

위층의 아이들은 어둠을 모르고

군악대처럼 삑삑거리는 리코더 소리

이놈의 쥐새끼들 같으니!

 

막대기로 두드려봤자 천장이 문도 아닌데

입구가 없으면 출구도 없을 텐데

 

욕실로 들어간 엄마가 머리를 자르며 말했다

 

애들이 깨지 않게 조심해요

애들은 귀가 밝으니까

기억한 건 잊지도 않으니까

 

창가로 나온 아빠가 꽃가지를 치며 말했다

 

애들이 비뚤지 않게 손봐야겠어

애들은 눈치가 빠르니까

못된 건 잘만 따라하니까

 

우리는 금세 어른이 되었고

나쁜 기억을 끊었는데 불행한 기분이 든다

그건 좋은 기억도 함께 잘려나갔기 때문이야

실수로 베인 곳이 쓰라렸지만

 

우리는 문득 표정을 잊었고

피가 묻은 귀를 가볍게 닦으며

어떤 밤엔 병적으로 철이 들었다

 

전주 출생  
2000년 《현대시 》로 등단  
시집 『환상수족』『음악처럼 스캔들처럼』『모조 숲』『세상의 모든 비밀』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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