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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육면체 / 이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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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873회 작성일 16-05-30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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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육면체  


이정주

 

집이란 공중에 그은 실선이다

직육면체 모서리 실선 안팎으로 들락거리면서

나는 안심한다

날이 선 칼로 고기를 자르고

찌개를 끓인 뒤

공중에 떠 있는 직사각형 실선―탁자 위에서

밥을 먹는다

직육면체 속이 김으로 꽉 찬다

나는 안심한다

옷을 벗어던지고 거웃을 드러낸 채 잠을 잔다

허공에 직육면체의 붉은 선이 깜빡이고 있다

 
집이란 공중에 그은 실선이다

실선 안팎으로 들락거리면서 나는 분개한다

날이 선 칼로 공간을 여러 개로 나눈 뒤

집값 올린 놈들을 불러낸다

놈들이 자다가 불려 나온다

놈들을 작은 공간들에 밀어 넣는다

멋진 관들이 실선 안에 빼곡하다

나는 깜빡이는 선을 자른다

집이 흩어진다

공중에 축포가 터진다

재개발이다

끌려 나왔던 놈들은 더 큰 집으로 옮겨 갔다

나는 쥐었던 칼을 놓는다

칼은 낙엽처럼 떨어져 내려갔다


집이란 변명이다

변명이 끝나면 직육면체는 더 이상 깜빡거리지 않는다

밤새 철거 장비들이 소리 없이 다가와 있다

leejungjoo-140.jpg

 

1953년 경남 김해 출생
부산대학교 약대 약학과 졸업
1982년 현대문학 등단

《외국문학》 편집장 및 출판사 편집장 역임
시집 『행복한 그림자』『문밖에 계시는 아버지』『의심하고 있구나』『홍등』『아무래도 나는 육식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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