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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 교합 / 김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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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71회 작성일 23-06-11 21:19

본문

정 교합

 

    김완수

 


내 입속은 불결하다

도무지 뜻을 같이할 줄 모르는

아래윗니의 대치 (對峙 )

생각들이 부딪치면서

입에선 냄새가 났다

어금니를 악물면

꼭 맞물릴 것 같다가도

생각은 금세 서로 어긋나고 말았다


내 입속에 뒤숭숭하다

생각이 엇갈리자

들쭉날쭉한 잇바디처럼

말들도 험상궂게 줄을 놓기 시작했다

서로 다른 생각은 누렇게 굳어지더니

입 밖으로 바람 빠지는 소리를 냈다

나는 이제 세상을 온전히 씹을 수 없다


아래윗니가 앞자리를 다툴 때

등 뒤에 턱의 힘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턱은 생각의 틈을 벌렸고

턱의 생각이 불거질수록

말도 고압적으로 튀어나왔다

핼쑥해진 내 얼굴 


그러니 내 말을 믿지 마라

너에게 너무나 치명적인

내 입의 부정교합


―계간 문학들2019년 여름호

 


commonCAZAPR5L.jpg


서울예술대학교와 광주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1998작가세계》 등단

시집으로 누가 저 황홀을 굴리는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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