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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의 발생 / 이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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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90회 작성일 23-06-24 21:40

본문

건의 발생

 

    이향지

 

 

손가락으로 창문을 그리고 하늘을 열어 두었다

 

두 손으로 창틀을 오려내자 향기로운 바람이 목덜미에

 

가실래요 같이

바람 속에서 손을 잡는 것들은 모두 꽃이다

 

반짝이며 나부끼며 초록길이 길게 이어진다

꼬불꼬불 날아오르던 나비가 한잠 쉬어가는 꽃마루

 

길 있어요?

길이 있냐구요?

길이 어디 있니, 우리가 지나가면 길이 되는 거야

 

그럼 나는 안 갈래요

길 없으면 난 안 가요

가드레일을 도로 기어나가는 바람

 

누군가 지나갔네, 발자국들 비에 지워져 희미하게

여기 길 있네, 여기 꽃 있네

 

안녕, 한계령풀

안녕, 갈퀴현호색

심지 깊은 선괭이눈

늦잠쟁이 얼레지

단 한 송이 흰,에게도

꽃보다 낮은 인사를

 

가요, 이제 가요

하양 노랑 파랑 보라 웃고 있을 때

나비로 돌아가요

 

신발 끝에 스친 풀꽃들

호오 불어서 일으켜주고

여기 길 없어요

여기 꽃 없어요

 

손가락으로 키 큰 숲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그리고

다시 만날 꽃들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겹쳐 그리고

재촉하는 서쪽 하늘을 발끝으로 당겨온다

 

낮게 엎드렸던 나무들 흙을 털며 다시 숲으로

 

―《문장 웹진20236월호



이향지.jpg


1942년 경남 통영 출생
1967년 부산대 졸업
1989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2003년 제4회 《현대시 작품상》 수상
시집으로 『 괄호 속의 귀뚜라미』 『구절리 바람소리 』
 『내 눈앞의 전선』 『山詩集』 『 물이 가는 길과 바람이 가는 길』 
햇살 통조림
 편저 『윤극영전집 1,2권 』 산악관련 저서로 『금강산은 부른다 』
 산행에세이 『산아, 산아 』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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