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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습관 / 홍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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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147회 작성일 23-07-24 21:37

본문

나쁜 습관

 

   홍미자

 

 

어떤 계획도 세우지 않는다

무너지는 게 목적이라는 듯

그저 그런 높이에만 골몰하겠지

 

일기예보는 늘 빗나갔다

국지성 호우는 우울을 앓고 있는

비정형 구름의 일이어서

어떠한 의구심도 거두어들였다

모호함을 즐기는 9시 뉴스의 방식일 뿐

 

습관성 편두통으로 틀어박힌 집

둔감해진 우산에게 처방이 필요했다

등을 후려치는 거센 빗줄기 같은

모욕에게는 피를 뛰게 하는 힘이 있어서

 

라디오의 긴 독백을 배경으로

붉은 체온이 묻은 커피잔을 움켜쥔 식탁

등을 돌리기에 적당한 시각은 언제일까

외출인지 가출인지 누구도 묻지 않을 때

땅거미인지 새벽 어스름인지 창이 물어 올 때

 

붙잡힌 것들은 금세 달아나겠지

단골 가게와 길가 보라색 꽃과

홀로 흐느끼는 버스 안의 지루한 노래까지

무엇이든 더 투명해지기 전에

 

이젠 이름을 기억하지 않기로 한다

그렇고 그런 사이를 인정하듯

황망히 돌아온 뒤에도 여전히 그렇게

 

―《문장웹진_콤마2023-03-24




 

1960년 대전 출생 

2018년 내일을 여는 작가》 등단 

시집 혼잣말이 저 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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