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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 / 정복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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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640회 작성일 16-04-06 10:06

본문

 

독신

 

정복여

 


버려진 장독은 아무도 열지 않아

스스로 제 몸에 금을 긋는다

칼날은 아주 오래된 햇살

천둥소리, 그리고 어떤 기척들

더이상 빛도 소리도 아닌

캄캄함이 터지고

그 움직임에 한때 독을 드나들며

잘 놀았던 모두가 몰려와 주위를 맴돈다

독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그러면 일시에 깨어나는

왁자한 음표들

독은 잔뜩 부풀어

풀벌레 울음 가장 가까운 곳

그곳에 실금이 간다

마침내 맞금이 간다

독은 그렇게 스스로 몸을 열어

오래된 어둠을 소리로 바꿔본다

 

 

1958년 강원 화천 출생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학예술과 졸업.
1993년 ‘정영희’ 란 필명으로 『문학정신』에
색채를 들고 다니는 아이들」외 6편을 발표하고, 《동서문학 》
신인상에 「새장사」외 4편의 시가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
시집으로는 『먼지는 무슨 힘으로 뭉쳐지나』『체크무늬 남자』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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