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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주자 / 허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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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537회 작성일 16-02-25 09:55

본문

 

거주자

 

허혜정

 

실내장이 빠져나간 곳곳에는 먼지뭉치만이 굴러다닌다.

이삿짐 박스를 끌고 다닌 자리마다 폐허의 달콤한 냄새

먼지투성이 펜들을 배낭 속에 쓸어 넣는 동안

제발 그 가구만은 그대로 놓여있길 바란다는 듯

미미한 기척, 이미 책들이 빠져나간 아이보리빛 책장 뒤에 숨어

거미는 조그만 배로 비밀의 필사본을 잔뜩 뿜어내었다

내가 가느다란 필선같은 환상을 따라가는 동안

어둠 속을 바삭이며 자신만의 수사학으로 채우던 공간

그렇게 부드럽고 슬픈 말의 날개는 느껴본 적이 없다

거미줄은 책장 높이만큼 올라가려 했는지도 모른다

커튼을 걷고, 한 모금 바람을 삼킬 때마다

거미는 간혹 날아 들어온 나방을 삼켰을지도

마른 후레이크를 주워 먹으며 글을 쓰던 고적한 시간

나는 너무나 혼자라고 생각했는데

때로 시끄럽게 울려대던 음악이 방해되진 않았는지

코맹맹이 심야의 통화소리가 우습지는 않았는지

시끄러운 짐꾼들의 발소리가 떠나가는 동안에도

비밀에 감싸인 방을 홀로 지키는 거미

모르겠다, 누가 이 방의 주인이었는지

인간이 거미란 말을 사용하듯 그는 나를 무어라 불렀는지

마지막으로 난방기를 끄고, 조심스레 물러나오는 동안에도

나는 너를 위해 문을 여닫는 하인이었는지도



 


  

1966년 경남 산청 출생
1987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시 등단
1995년 《현대시》 평론 당선

199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평론 당선
시집 『비 속에도 나비가 오나』『적들을 위한 서정시』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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